파독교포들의 애환과 삶 조명, 역사적인 교육체험장소 될 것으로 기대
[남해/남도인터넷방송] 대한민국에서 독일을 만날 수 있는 곳, 남해 독일마을에 파독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남해군은 28일 정현태 남해군수, 롤프 마파엘 주한독일대사, 독일마을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파독전시관 개관식을 갖고,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조성해왔던 전시관과 편의시설을 공개했다.
이날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파독전시관의 전체적인 시설은 대지면적 7,006㎡에 도이처플라처라 불리는 광장을 중심으로 독일문화홍보관, 게스트하우스, 독일전통음식을 취급하는 레스토랑, 기념품 판매점이 배치돼 있고 지하에는 파독 근로자들의 유물과 역사기록물이 있는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롤프 마파엘 주한독일대사, 파독전시관 개관 축하, 바람이 다소 많이 불었지만 화창한 날씨 속에 열린 개관식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초석이자 부강한 대한민국을 꿈꾸며 먼저 영면한 파독 광부, 간호사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사업추진경과 보고 후, 파독전시관 개관이 있기 까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관계자에 대한 감사패 수여식이 거행됐다.
이어 열린 기념품 교환식에서 남해군은 롤프 마파엘 독일대사에게 독일마을을 기억해달라는 의미에서 독일마을 풍경 그림액자를, 독일대사관에서는 1883년 한국과 독일이 최초로 외교관계를 수립할 때 체결한 한국통상 우호항해조약 사본과 1963년 우리나라 광부들이 독일로 파견하는 과정을 담은 한국과 독일간의 서신교환 사본을 정현태 군수에게 전했다.
정현태 군수는 인사말을 통해 “이 자리 계신 독일마을 주민들은 1960년대 조국의 발전을 위해 청춘을 불살랐던 파독광부·간호사 출신이다. 여러분의 삶의 궤적을 그린 파독전시관의 개관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리고 독일마을 조성을 위해 당시 노력한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와 벌써 두 번째 남해 독일마을을 방문한 마파엘 독일대사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라고 한국어로 첫 인사를 건넨 롤프 마파엘 주한독일대사는 “작년 독일마을 맥주축제 이후 9개월 만에 다시 남해를 방문하게 돼서 정말 기쁘다. 이렇게 멋진 파독전시관이 탄생해 매우 뿌듯하다.
파독근로자들의 삶과 애환을 조명하는 파독전시관 건립이 좋은 성과를 거두리라 확신한다. 독일대사관, 한독협회, 독일문화원도 계속해서 힘을 보탤 것이다”며 “독일마을과 파독전시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파독전시관 내부 공개에 이어 간단한 테이핑을 끝내고 공식적인 행사는 종료가 됐고, 이날 참석한 귀빈, 주민, 관광객을 위해 파독전시관의 내부가 드디어 공개됐다.
파독전시관 입구를 들어서면 타임터널이 처음 내방객을 맞이한다. 이곳은 현재 한국의 모습에서 출발해 1960년대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파독의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는 공간이다. 50년간 대한민국의 영광과 역경 극복의 순간을 대형사진과 간단한 설명으로 재현했다.
2011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의 순간, 1997년 IMF사태에 금 모으기 운동을 펼치는 국민의 모습, 88올림픽 개최 장면 등을 지나 우리나라가 외화벌이를 통한 조국의 근대화를 위해 광부와 간호사를 독일에 파견하는 1960년대까지 오게 된다.
타임터널을 지나면 갑자기 어두운 통로가 눈에 들어온다. 남해군은 글뤽아우프(독일어․ ‘무사히 지상에서 보자’는 뜻)를 외치며 막장에 들어서는 파독광부들을 형상화한 공간으로 20m 길이의 탄광을 만들었다.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는 갱도에 암석벽과 지지대, 전등이 늘어서 있고 서늘한 한기와 곡괭이와 돌이 부딪히는 음향까지 더해 마치 실제 막장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탄광을 지나면 본격적인 전시장의 모습이 드러난다. 전시장은 △파독광부를 테마로 한 ‘광부의 젊은날’ △파독간호사를 주제로 꾸민 ‘병원생활, 희망의 밑거름’ △아름다운 젊은 날, 그리고 종착역 △영상체험코너로 구성돼 있다.
파독광부들의 탄광생활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착암기, 막장램프, 광부복, 간호사들의 병원생활을 보여주는 청진기, 트레이, 페이스메이커 등의 의료기구 등이 설명과 함께 쇼윈도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그리고 독일에 정착하면서 사용한 생활용품과 사진, 파독의 역사과정을 알 수 있는 국가기록원의 귀중한 자료 등이 풍부하게 전시돼 있어 역사교육 체험의 장이 될 전망이다.
또한 한국에 두고 간 남자친구와 지구의 반대편에서 주고받은 애절한 편지, 누나를 독일에 보내고 남동생이 누나를 보고 싶어 보낸 엽서 등 누군가의 누나이고 동생이었으며 당신의 남편, 우리의 어머니였던 파독광부․간호사의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이야기들이 모여 있어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영상체험코너에서는 파독의 역사적 배경, 파독간호사와 광부들의 독일에서의 삶, 한국경제발전에서의 역할과 의미 등을 담은 영상물이 약 10분간 흘러나온다.
특히 고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와 함께 독일을 찾아 근로자들을 격려하는 모습, 근로자들이 두 손에 태극기를 흔들고 울면서 고국의 대통령을 환영하는 장면, 박정희 대통령이 연설 중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 육영수 여사가 근로자들을 보면서 눈물을 참지 못해 손수건으로 눈을 훔치는 영상 등은 내방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이들 코너들을 지나면 출구를 눈앞에 두고 현재 독일마을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물과 독일마을 주민의 어록이 전시된 공간을 지나게 된다. ‘우리는 독일인보다 작았지만 그들에게 모범이 될 만큼 열심히 일했다’(파독 광부 조웅길),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울다가도 어머니를 생각하며 힘을 냈어요’(파독 간호사 김우자). 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조국의 근대화를 위해 희생한 그들의 땀과 눈물이 배여 있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남해군 관계자는 “40~50년 전 조국 근대화의 초석을 마련한 파독광부와 간호사들의 삶의 흔적을 되새기고, 역사적인 교육체험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시관을 건립하게 됐다”며 “파독전시관이 독일마을, 원예예술촌과 함께 남해군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고 군 관광산업 발전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파독전시관은 관람료 1인 1000원으로 유료 운영되며, 6세 이하 영유아, 국가보훈대상자, 장애인, 65세 이상 노인, 군인은 면제대상자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