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 “인구소멸도 비통한데, 예산까지 쓸데없이 소멸시키느냐”


[구례/전라도뉴스] “흉물스럽다” “군민들 상대로 장난치는 거냐” “외지 관광객 보기에 부끄럽다”
구례군(군수 김순호)이 19억원을 쏟아부어 만들고 있는 가로경관 조형물에 대해 전형적인 예산낭비로 지적되며 도마에 올랐다.
지자체들이 환경개선을 목적으로 건립하는 공공조형물에 대한 여러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구례군 또한 이같은 행정에 대해 비판을 피해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구례군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월부터 오는 12월까지 총 41억 8천만 원(국비 40억 원, 군비 1억 8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1.83km 구간의 가로경관을 개선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남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2만 3900여명의 인구소멸지역에 해당되는 구례군이 구례읍 중앙로 일대를 활력 넘치는 문화거리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구례 중앙길 가로경관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
구례군은 이번 사업을 통해 구례읍 관내 7곳에 디자인 전시물, 별빛쉼터, 쌈지쉼터(포켓쉼터) 등을 조성하고, 노후화된 보행로를 정비하며 시장길을 확장하여 구례 전통시장을 보호하고 구례읍내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중 19억원이 소요되는 6개 조형 전시물에 대해 주민들 호응은 커녕 “흉물스럽다” “군민들 상대로 장난치는 거냐” “외지 관광객 보기에 부끄럽다”는 등 자조 섞인 반응을 보이며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주민들의 왕래가 가장 많은 구례경찰서 앞 광장에는 지난 1월 LED 조명시설을 갖춘 커다란 돌덩이 작품이 설치됐다. 그동안 수십년 넘게 자리했던 4계절 꽃 화단자리였지만 지리산 능선을 본딴 가로 3.9m, 세로 3m, 높이 5m 크기의 조형물이 들어섰다. 이 작품 하나에 6억 6000만원이 들어갔다.
지역주민 박모(55)씨는 “멀쩡하던 꽃 단지를 치우더니 까만 돌뎅이를 세워놓고서는 상징물이라 우기고 있다. 지금은 쳐다 보기만 해도 너무 답답하다”면서 “인구소멸도 비통한데 예산까지 쓸데없이 소멸시키면서 형태도 알 수 없는 저런 쓸모없는 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비판했다.
그나마 색상보완과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출입 금지선을 쳐 놓고 LED 작동을 멈추고 있다. 말 그대로 무용지물이다. 이밖에 나머지 조형물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례군의회 A의원은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검은 돌 조각품은 효용가치도 떨어지고 로타리 상징성도 없애버렸다”며“최고 중심지인 만큼 군민들과 합의나 의견 절차가 필요한데도 한마디 언급 없이 거대한 조형물을 만들어 놔 시각적으로도 굉장히 거부 반응을 주고 있다”고 힐책했다.
이에 대해 구례군 관계자는 “사업 시행전 수차례 공청회를 통해 지역민들에게 의견을 물었던 사항으로 군민들에게 유익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견들을 충분하게 반영함으로써, 군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 조성에 불편함이 없도록 계획을 수립해 잘 마무리 하겠다”는 입장이다.